Professional Insights/CXM & Marketing

회사를 위해 어떤 구성원이 되어야 하는가

Melissa Levasseur 2019. 3. 31. 17:58

부지런한 비효율이 조직을 망친다: 4가지 비효율의 원인과 해법

 

2017년 12월 27일 by 고영성

 

직장인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무려 약 80%가 조직에서 비효율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매일 비효율적 업무라고 여기는 일에 시달린다. 그것도 매우 열심히. 왜 우리는 부지런한 비효율에 허우적대고 있는 것일까? 조직문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조직에서는 부지런하면 효율과 상관없이 성실하다고 생각한다. 부지런하면 유능하다고 생각하며 조직에 충성스럽다고 여긴다. 다시 말해 조직에 살아남고 승진하기 위해서는 (사내 정치와 더불어) 비효율적 업무를 매우 부지런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보고서를 줄이기 위한 보고서’를 만들고 ‘회의를 줄이기 위한 회의’를 하며 ‘야근할 필요 없게 하기 위한 야근’을 계속한다.

『일취월장: 일을 잘하기 위한 8가지 원리』를 집필하면서 다시 한번 조직문화가 조직의 생산성과 조직 구성원들의 건강과 행복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깨달았다. LG경제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부지런한 비효율이 낳는 4가지 부작용을 요약하고 『일취월장』을 통해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부지런한 비효율의 4가지 부작용

1. 보여주기

성과 창출보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보여주기에 몰두하는 관행이야말로 부지런한 비효율의 대표다. 성과와 고객에 집중하기보다 상사와 조직에 집중해 내용의 실속이나 실행력보다 열심히 야근하며 그럴듯한 겉보기에 치중한 보고서를 만든다. 잭 웰치(Jack Welch)가 위계적 조직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말했던 ‘모두가 CEO를 바라보고 고객에게는 엉덩이를 들이대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2. 시간 끌기

부지런하다고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다. 조직학의 대가 아미타이 에치오니(Amitai Etzioni) 등이 지적했듯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의사결정을 방어적으로 회피하거나 필요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며 시간을 끄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도적인 비효율이 발생한다. 직원들은 책임을 피하려 불필요한 회의를 거듭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 상사는 보고서의 사소한 오류나 정보 부족을 탓하며 재작업을 지시해 시간을 끈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핑계를 무기로 시간을 끄는 순간 경쟁사는 이미 더 빠른 발걸음으로 앞으로 전진한다.

3. 낭비하기

한국 기업의 경우 과도한 의전이 조직 성과와 무관한 낭비의 가장 전형적인 예다. 과도한 의전은 체면과 권위가 중시되고 조직과 상사의 구분이 불명확한 한국의 조직 문화에 기인한 관행이다. 그 이면에는 과시적인 자의식과 상사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사심이 숨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낭비는 단순히 비용의 발생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원이 낭비되는 와중에 고객이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방해하기

내부 경쟁에서 밀리면 생존이 어렵다는 생각에 자기 보호 본능을 극대화하면 구성원들이 총구를 조직 내부로 돌려 내부 경쟁에 모든 힘을 쏟는 어처구니없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내부 경쟁은 열심히 일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미국의 에너지, 물류 및 서비스 회사였던 엔론(Enron Corporation)은 PRC(Performance review committee)라는 시스템을 통해 매년 하위 15%의 직원을 퇴출하는 극단적인 내부 경쟁 정책을 사용했다. 그 결과 조직 내에 협조가 사라지고 동료가 자신의 모니터를 훔쳐보는 것이 두려워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임원은 경쟁 사업부의 사업이 실패하자 승리의 V자를 그리는 직원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한다. 결국 엔론은 파산했다.

 

해결 방안

1. 권위주의적 군대식·조폭식 문화 타파

조직 심리학, 경영학, 최근 각광 받는 사회물리학 이론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직원의 행복과 생산성을 동시에 잡는 조직일수록 권위주의적이지 않다고 말이다. 특히 책임에 맞는 권한, 적절한 자율성, 동등한 발언 기회, 상사의 존중과 동료애를 갖출수록 조직의 생산성은 올라간다. 이 모두 권위주의적 문화를 타파할 때 가능하다. 직장인은 성인이며 조직이 여러 기준을 통해 채용한 인재이다. 잔소리하지 말고, 으름장 놓지 말고, 눈치 주지 말고 이끌어 주는 동시에 믿어줄 수는 없는 것일까? (앞의 책, 「팀워크」, 389~399쪽)

2. 관점을 ‘부지런히’에서 ‘잘’로

부지런한 비효율의 모습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 아닌 과제 수행 그 자체를 평가하는 관점을 조직과 상사는 갖출 필요가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과 베스트바이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은 한국 일반 직장인처럼 부지런한 비효율의 조직 문화 속에 있었고 다른 그룹은 ROWE(Result Only Work Environment)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ROWE는 회사의 기준에 부합하는 결과물만 제시간에 제출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지 조직이 전해 개입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결과는 ROWE 직원들이 부지런한 비효율 그룹보다 업무 효율, 회사에 대한 충성도, 건강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ROWE를 적용할만한 업무가 우리에게 충분히 있지 않을까? (앞의 책, 「이상적인 노동자와 근무시간」, 404~405쪽)

3. 팀별 평가와 고객 중심적 사고

업계의 슈퍼스타가 다른 회사로 이직했을 때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낼까? 슈퍼스타 의사, 슈퍼스타 금융 전문가, 슈퍼스타 CEO 등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조직을 옮기면 그 전의 놀라운 성과는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이들에게는 좋은 팀, 훌륭한 조직이 있었다. 개인보다 팀 단위나 팀 성과에 연계해 평가 내리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조직의 생산성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앞의 책, 「팀의 위력」, 389~392쪽) 특히 내부 경쟁에 따른 방해하기 관행을 말 그대로 방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조직이 의도적으로 고객 중심적 사고를 지향하는 것도 쓸데없는 내부 경쟁을 막을 좋은 방편이다. 현재 승승장구하는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의 회의실에는 빈 의자가 하나 있다. 바로 고객의 자리이다. 고객 중심적 사고를 유지하기 위해 그런 장치를 해놓은 것이다. 아마존이 현재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앞의 책, 「고객 중심적 사고」, 137~147쪽) 쓸데없는 것들로 직원들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눈을 돌릴 때 부지런한 비효율이 타파되지 않을까?

4. 반성적 사고

왜 자꾸 직원만 반성하라고 하는가? 조직도 반성을 해야지. 특히 프로젝트별로 사후 리뷰(After Action Review, AAR)를 꼼꼼히 해 조직 전체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보통 4가지 기준을 통해 반성한다.

  • 최초에 우리가 기대한 것은 무엇인가?
  • 실제로 발생한 결과는 무엇인가?
  • 발생한 결과의 원인은 무엇인가?
  • 향후 보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개개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닌 조직 전체의 모습을 기록을 통해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목적으로 AAR을 하는 것이다.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반성할 때 부지런한 비효율이 어떤 건지 더 자세히 알게 될 것이다. (앞의 책, 「기록: DR과 AAR」, 96~98쪽)

5. 휴식은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필수

휴식하는 것이 결국 장기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비결임을 조직이 알 필요가 있다. 하버드대학교는 휴가를 거의 쓰지 않고 주당 50시간 일한 그룹과 휴가를 남김없이 쓰고 야근도 하지 않은 채 주당 40시간 일한 그룹을 비교했다. 두 번째 그룹은 휴가와 퇴근 시 회사와 완전히 단절했다. 연구 결과 부지런한 비효율 그룹보다 휴식 그룹이 직장 만족도,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 업무 효율 및 생산성, 새로운 기술 학습 비율 등 모든 분야에서 압도했다.

1998년 12월 우주선 추락 사건의 근본적인 이유가 직원의 과로였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귀중한 생명과 1,500억 원을 잃어버렸다. (앞의 책, 「이상적인 노동자와 근무 시간」, 403~404쪽)

6. 리더와 상사의 끊임없는 공부

공부하지 않는 리더는 이 글도 읽지 않겠지? 자신들과 조직의 문제가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겠지? 말은 혁신을 부르짖지만 스스로 혁신 의지는 전혀 없겠지?

한국에서 휴가를 제때 쓰지 못하는 이유의 59%가 상사의 비협조적 때문이다. 자신도 당했으니 부하직원도 당해봐야 한다는 것일까? 조직 문화는 그 크기와 상관없이 결국 리더와 상사를 통해서 시작된다. 무엇이 중헌지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과거의 비효율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조직의 성과와 부하직원의 행복을 동시에 상승시키는 리더와 상사는 끊임없이 공부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적극적으로 배우러 다닌다. 자신을 반성하고 새로운 이론을 자신의 조직과 팀에 접목시키려 노력한다. (앞의 책, 「호모 아카데미쿠스(학습하는 인간)」, 472~503쪽)

 

마치며

물론 내가 이 글을 쓰고 훌륭한 조직문화에 관해 책에 썼다고 해서 우리나라 조직문화가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바뀌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진짜 바뀌지 않는다. 부디 이 글이 우리나라의 부지런한 비효율을 타파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 되기를 기대해본다.

원문: 그녀생각's 생각

 

- 정말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주제인 "어떤 사람이 되어 회사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인가". 방법을 알더라도 어떻게 내가 그것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다.